개요 : SF
개봉일 : 2026-06-10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에밀리 블런트, 조쉬 오코너, 콜린 퍼스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는 여러 모로 재미있는 영화인데, 그 기대가 관객들이 생각한 것과는 좀 다릅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한 명은 마가렛 페어차일드라는 캔자스시티의 기상캐스터인데, 어느 날부터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이야기하고 타인의 내면과 기억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다른 한 명은 대니얼 켈너라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로, 자신이 일하는 Wardex라는 정부 하청 회사에서 은폐하고 있던 정보를 폭로할 계획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Wardex의 CEO인 노아 스캔런에게 쫓기는 몸이 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히치콕식 스릴러입니다.
이들을 쫓기게 만드는 맥거핀은 무엇인가. 이건 엄청난 비밀 같은 게 아닙니다.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는 거죠. 두 사람은 모두 그레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입니다.
마가렛은 그 능력이 조금 늦게 발현된 것이고요.
그리고 대니얼이 폭로하려는 비밀은 지금까지 정부가 Wardex를 통해 감추고 있던 그레이 외계인에 대한 비밀입니다.
그런데 이게 비밀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가 폭로하는 비밀은 UFO와 관련 음모론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로스웰은 당연히 진짜고, 그레이 외계인도 진짜고, 켁스버그 UFO도 진짜고, 크롭 서클도 외계인이 만들었고, 그레이 외계인이 인간들을 납치하는 것도 진짜입니다.
심지어 리처드 닉슨이 [허니무너스]의 코미디언 재키 글리슨에게 외계인 시체들을 보여주었다는 것도 진짜입니다.
영화 후반에 대니얼이 보여주는 것은 이 모든 소문과 음모론의 충실한 영화적 재현입니다.
여러 모로 스필버그 자신이 거의 50년 전에 만든 [미지와의 조우]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각본가인 데이비드 케프는 이 작품이 [미지와의 조우]와 정신적인 북엔드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두 영화는 느낌도 다르고 접근법도 다릅니다.
[미지와의 조우]라는 영화가 지금 봐도 무지 그럴싸해 보이는 이유는 UFO와 정부음모론이라는 소재가 1970년대라는 시대정신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에 UFO는 이전과는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다르게 읽히는 것입니다.
일단 UFO와 그레이 외계인의 서사는 반 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점점 더 조밀해졌고 그만큼 신비감을 잃었습니다.
특히 [엑스 파일]을 거친 뒤엔 더 그렇게 되었죠. 그런데 [디스클로저 데이]는 영화 끝에 이 실제 사건들,
적어도 실제 소문들을 아무런 가공 없이 관객들에게 집어던지고 이게 진짜라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농담이 아니라고요? 제 눈 앞에서 재키 글리슨이 외계인 시체를 구경하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많이 어리둥절합니다. 그리고 비슷하게 어리둥절한 영화가 이전에 하나 더 있었죠.
M. 나잇 샤말란의 [싸인]. 이 영화에도 외계인과 UFO 목격담의 실화가 그대로 등장하고 그레이 외계인도 나오죠.
스필버그의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의 그레이는 호전적인 존재입니다만.
하여간 지금 관객들이 어리둥절해 할 법한 접근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았어요.
이 접근법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는 거죠. 스필버그 정도의 나이라면 더 그렇고.
이 영화에는 그냥 기세로 밀고 나가는 이야기의 뻔뻔스러운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들을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필버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그냥 진실입니다.
영화는 고전적인 히치콕스러운 재미가 있습니다. 맥거핀 때문에 쫓기는 두 사람 이야기죠.
스필버그가 능숙하게 구사하는 트레이드 마크 액션이 있고 그 사람 특유의 천지난만한 멜로드라마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풀 스케일로 돌아온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있어요. 이 영화의 음악은 엔드 크레딧이 흐르는 동안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자기 역할을 합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