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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개요   :  공포, 스릴러

   개봉일   :  2026-05-27

   감독   :  케인 파슨스

   출연   :  치웨텔 에지오포, 레나테 레인스베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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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파슨스의 [백룸]의 원작은 크리피파스타 집단 창작의 일부입니다. 

2019년 5월 14일에 4chan의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한 장 그리고 그 밑에 붙은 설명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러니까 어쩌다 실수해서 넘어갈 수 있는 다른 세계에 대한 호러 괴담인데, 아이디어 자체는 그냥 흔해 빠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료의 질감이잖아요. 백룸은 몇 년 동안 서서히 인기를 얻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살을 덧붙였는데, 그 중 한 명이 이 영화의 감독인 케인 파슨스입니다. 

이 사람은 16살 때 [백룸] 소재로 일련의 유튜브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그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거죠. 

[백룸] 세계관 확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요.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그걸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 영화인 거죠.


이것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이 영화를 20살 어린애가 만들었을 리가 없다, 분명 주변의 다른 어른들이 만들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마크 두플러스가 트위터에서 파슨스가 직접 감독했다고 밝혔는데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않습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최소한 16살 때부터 꾸준히 영상 작업을 해 온 똑똑한 사람이 할리우드 전문 스태프와 일급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 수 없는 종류인가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그런 아이를 할리우드에서 발굴하고 일을 맡겼고 지금 그 영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인데, 

하긴 그 행운은 좀 부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부러움은 어른답게 그냥 묻어두어야죠.


영화의 시대배경은 당연히 1990년대고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한 명은 클락이라는 가구상이에요. 

얼마 전에 아내와 갈라졌고. 당연히 정신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메리 클라인이라는 심리 상담사의 치료를 받고 있어요. 

클락은 자기 가구상 지하에서 이상한 세계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는데, 그 이상한 세계가 바로 백룸인 거죠. 

클락은 백룸 탐사를 하다가 실종이 되고 메리가 클락이 찾아낸 문을 통해 백룸으로 들어갑니다.


일단 원작을 유명하게 한 매력 상당수는 찾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건 필연이에요. 

케인 파슨스가 만든 유튜브 영상 상당수는 형편없는 화질의 VHS 화면이 주는 섬뜩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형식은 파운드 푸티지였고요. 

하지만 A24가 이 사람을 기용하면서 만들라고 한 건 고해상도에 추이텔 에지오포와 레나테 레인스베 같은 일급 배우들이 나오는 극장용 영화란 말이에요.


이걸 어쩌나? 파슨스는 대체로 옳은 길을 갔습니다. 원작에서 했던 걸 굳이 반복하지 않은 거죠. 하긴 그럴 필요가 있나요.

 다른 매체로 작업을 시작했다면 다른 길을 가야지. 하긴 요새 [백룸] 유니버스는 설정이 너무 무거워져서 파슨스가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큼의 으스스함은 적은 편이죠.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할 시기로 적절합니다. 여전히 파운드 푸티지 설정과 해상도 떨어지는 화면들이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제 백룸의 공간을 아주 고해상도로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원작과는 달리 그 세트들은 상당한 크기로 진짜 지어졌고요. 

그 안을 캐릭터를 가진 진짜 배우들이 돌아다니는 겁니다.


그 때문에 영화 속 백룸은 일종의 설치예술처럼 보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갔다가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기분 비슷하려나. 

심지어 나중에 제대로 등장하는 엔티티의 해상도도 엄청 높습니다. 이게 무서운 경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원작도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 하지만 영화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으스스함'을 선사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리고 그건 꽤 공들여 만든 캐릭터들에 의해 다른 무게감을 부여받아요. 이게 아주 매끈하거나 자연스러우냐.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종류의 [백룸] 경험으로서 영화는 충분히 인상적이에요. 전 개인적으로 같은 리미널 스페이스를 다룬 [8번출구]보다 조금 더 취향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8번 출구]도 꽤 재미있게 봤단 말이죠. 무엇보다 이 영화로 [백룸] 유니버스를 시작한 관객들은 역으로 케빈 파슨스의 [백룸] 유니버스 시리즈와 

그 밖의 창작물들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