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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6-10-21

   감독   :  연상호

   출연   :  김현주, 배현성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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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의 신작 [실낙원]의 원안을 쓴 사람이 어머니라고 해요. 

인터뷰에는 이름이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 크레딧에는 올라 있었을 겁니다. 

하여간 글쓰기가 힘들지 않으냐고 어머니가 묻자 (정말 걱정할 만하긴 해요) 연상호가 안심시키려고 

“하나도 안 힘들어.  한글 알고 자기 이야기 있으면 쓰는 거야”라고 했더니, 정말 어머니가 이야기를 세 개나 연습장에 써서 왔대요. 

그중 하나를 사서 세 편으로 각색했는데, 하나는 ‘펑크’라는 제목의 단편이었고, 

두 번째는 오성은이 각색한 [블랙 인페르노]라는 소설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이 [실낙원]의 각본이었고요.

아들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범인은 죽었고 아이들의 시체는 다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살해당한 줄 알았던 아들이 9년 만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돌아온 그 남자는 근처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공범이거나 진범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하게 무서운 어른이에요.

여기까지는 스릴러죠. 그리고 9년 전 수사가 마무리된 시점부터 SF가 삽입됩니다. 

사건으로 상실감을 겪는 부모들을 위해 AI 회사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 거죠. 

부모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가상 캐릭터들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고, 

부모들은 안경을 통해 아이들을 보며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들의 존재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던 거죠. 

그건 최선이기도 하고 최악이기도 한 환상입니다. 

아이들은 결코 부모들이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고,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지도 않잖아요. 

이 영화의 SF적 장치는 그 간극이 얼마나 큰지 보여줍니다.

이건 정말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다만 아이디어 자체는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타임머신으로 과거에 갈 수 있다’는 정도로 기본적인 발상인 겁니다. 

이걸 발전시키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이야기에 입체성을 부여해야죠.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끔찍한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시작이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설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일차적인 이야기뿐입니다. 

[얼굴]처럼 빠르게 찍은 저예산 영화입니다. 

하지만 만듦새에는 큰 문제가 없고, 김현주의 연기도 언제나처럼 좋습니다. 아쉬운 건 너무 일찍 멈춰 버린 각본이죠.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